본문 내용 바로가기

커뮤니티

home > 커뮤니티 > 뉴스레터

뉴스레터

[No.76 Behind the scene] 낯선 풍경, 월미바다열차

인천영상위원회 2020-07-30 조회수   202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FILMING INCHEON

 

낯선 풍경, 월미바다열차

 

 

10여 년 전쯤 한창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에 ‘월미은하레일’이라는 등판 스폰서가 붙어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해 인천유나이티드에는 ‘월미은하레일’을 등에 새긴 채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유병수 선수가 등장했다. 시즌 막판까지 신인왕 경쟁을 하고 이듬해에는 최연소 득점왕까지 거머쥔 유병수를 언론은 ‘월미도 호날두’라고 불렀다. 당시는 ‘계룡산 루니’, ‘팔공산 테베즈’와 같이 해당 연고지의 랜드마크와 플레이스타일이 유사한 유명 해외축구선수의 이름을 연결해 K리그 선수의 별명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다. 필자는 ‘월미도 호날두’라는 별명을 두 가지 이유에서 마뜩잖게 여겼다. ‘굳이 프로선수의 별명에 동시대 다른 선수의 실명을 붙여야 하나’ 하는 반감이 첫번째였고(물론 당시에는 ‘호날두’가 지금처럼 부정적인 이미지의 선수는 아니었다.), 과연 월미도가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꽂힐 만한가에 대한 물음이 두번째 이유였다. 아무튼 ‘월미은하레일’은 문제가 발견되며 개통이 무기한 연기되어 자연스럽게 스폰서에서 빠지게 되었고, ‘월미도 호날두’가 해외로 이적하기 전까지 수년을 인천에서 활약하며 ‘월미도’의 이름을 대신 드높였다.

 

 

▲ 월미도 바이킹과 <멜로가 체질>에 등장한 월미도 조개구이

 

사실 인천사람들에게 월미도는 애증의 대상이다. ‘월미도? 거기 뭐하러 가. 볼 거 없어.’ 라고 말하지만, 막상 외지에서 누가 인천에 놀러 온다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월미도이기도 하다. 월미도 하면 가장 먼저 그려지는 풍경은 크게 세 가지이다. 디스코팡팡과 바이킹으로 유명한 놀이공원의 휘황한 야경, 울타리 너머로 고요하게 찰랑이는 바다, 그 해안을 따라 줄지어 선 조개구이집과 횟집들. 무엇 하나 ‘이건 정말 월미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이지.’ 라고 말하기는 어딘지 아쉽다. 그러면서도 월미도를 찾게 되는 이유는 이곳이 수도권에서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동해바다나 제주 앞바다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인천에서도 영종도나 강화도, 아니면 옹진의 섬들에서 꽤 근사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월미도만큼 부담없이 들르기는 다소 멀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까지 훌륭한 이곳은 아직 차가 없는 청춘들이 모여들기에도 제격이다. 항구도시를 표방하지만 정작 인천시민들도 월미도가 아니고는 가까이서 바다를 볼 기회가 흔치 않다.

 

월미도 바다를 어딘지 아쉽게 느껴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월미도 바다에는 여느 바닷가와 같은 광활한 청량감이 조금 떨어진다.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인공구조물과 연결되는 해안, 탁 트인 시야보다는 바다 건너 지척의 영종도 건물들로 가로막힌 시야, 공장으로 가로막혀 비교적 길지 않은 해안 산책로 등이 그 이유들이다. ‘월미은하레일’은 아마 이런 월미도의 한계에 새로운 반전을 더하기 위한 묘안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2009년 개통했어야 할 은하레일은 공사 과정에서의 수많은 문제로 인해 신인이던 ‘월미도 호날두’가 인천을 떠나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할 무렵인 지난해 말에서야 ‘월미바다열차’로 이름을 바꿔 정식으로 개통되었다. 10년의 세월동안 방치된 레일 구조물은 월미도의 매력을 더해주기는커녕 애물단지가 되어 인천을 흉볼 때 등장하는 안주거리로 전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정식 운영이 되나 싶었지만 코로나 악재까지 겹치며 다시 몇 달간 운영이 중단되는 불운까지 겪었다. 때문에 월미바다열차가 인천과 월미도의 새로운 명물이 되어줄지, 아니면 인천의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결국 씻지 못하게 될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 2019년 개통한 월미바다열차

 

그럼에도 월미바다열차만이 가진 색다른 시야는 그동안 월미도에 없던 새로움을 분명히 더한다. 자유공원에서나 멀찍이 내려다보이던 인천항의 모습도, 인천역에서 월미도로 들어올 때면 굽이굽이 지나쳐야 했던 공장단지들도, 아래에서나 올려다볼 수 있었던 놀이공원의 바이킹과 대관람차도, 그리고 무엇보다 좁은 시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인천 앞바다의 매력까지도, 월미바다열차에 타야만 가까이서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익숙하지만 신선한 풍경은 추레한 차림으로만 보던 오랜 동네 친구가 모처럼 쫙 빼입은 모습을 처음 볼 때와 같은 반전을 선사한다. 월미도에 뭐 볼 게 있냐고 투덜대던 인천사람들에게도 분명 생소한 볼거리일 것이다. 사실 그런 말을 하는 이들조차도 인천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월미도에 얽힌 저마다의 크고 작은 추억들이 숨어있다. 애증의 대상이라는 말은 결국 마음 한구석에는 애정이 숨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담 없이 찾던 가까운 바다에 새로운 즐거움이 더해진다면 마다할 이가 어디에 있을까. 월미바다열차가 월미도에 쌓인 오명들로부터 벗어나 부디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실마리가 되길 소망한다.

 

 

 

이종범

인천 로컬콘텐츠 플랫폼 '인천스펙타클' 운영자. 인천에서 글을  쓰고, 즐거운 일들을 연결하고 기획합니다.

맨날 멀리만 다니자니 억울해서, 기왕 사는 도시를 좀 더 즐겨보자고 시작한 일이 어쩐지 판이 조금 커졌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