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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9 현장공감]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공주> 홍재식 촬영감독과의 대담

인천영상위원회 2019-03-11 조회수   20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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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공주> 홍재식 촬영감독과의 대담



작년 연말,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 인천의 주인공은 바로 트라이보울이었습니다. 마주보는 두 남자의 모습을 통해 트라이보울의 내부를 아주 감각적으로 보여주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특별판의 연출 및 촬영을 담당한 홍재식 촬영감독을 모시고 그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홍재식 촬영감독은 영화 <대장 김창수>, <프리즌>, <한공주>등을 촬영하셨으며 특히 영화 <한공주>는 인천에서 상당한 분량을 촬영한 바 있습니다. 촬영감독이 말하는 현장의 뒷이야기와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 촬영후기를 소개합니다.



영화 <한공주>의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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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입봉작으로 이런 무거운 소재를 선택하는게 부담되지는 않으셨나요?

A. 오히려 입봉작이 <한공주>라 좋았습니다. 촬영감독들은 보통 데뷔할 때 좋아하는 작품, 찍고싶은 작품보다는 상황이나 기회에 맞춘 작품을 찍게 됩니다. 반면, 저는 원래 사회적 문제를 다룬 시나리오를 선호하고 이수진 감독님의 스타일도 좋아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Q. 이수진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은 어떤가요?

A. 굉장히 디테일한 편입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부터 세세한 내용을 다 작성해두셨어요. 콘티나 헌팅, 촬영도 거의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완벽주의자 같은 분이에요. 프리 프로덕션도 일반 상업영화보다 좀 더 길었습니다. 3~4개월 정도 상암에서 사무실(프로덕션 오피스)을 지원받아서 꼼꼼하게 진행했습니다.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으니 스케줄이나 헌팅장소 결정에 실수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죠.

 

Q. 그러면 촬영 결과물도 시나리오와 별로 차이가 없겠네요?

A. 거의 없습니다. 시나리오 원고와 일치하게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된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콘티를 그릴 때, 이미 촬영 장소 헌팅을 100% 완료한 상태였어요. 그러다보니 헌팅 장소에서 잡은 구도를 그대로 그림으로 옮기는 방식이었죠. 보통은 5~60%정도 장소 헌팅을 완료하고, 콘티도 그 정도까지만 완성해놨다가 장소에 맞춰서 콘티를 수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반면에 <한공주>는 촬영 장소와 동선까지 다 정해놓고 이후에 콘티를 짠 케이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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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 쪽에서 학교를 여러군데 보셨습니다.

A. 새로 생긴 학교를 제외하고 인천의 모든 학교를 다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저곳을 많이 봤는데, 테니스장이 있는 학교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둘이 얘기는 하지만 서로 격리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흔치않아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헌팅 끝에 인천여고에서 촬영을 결정했죠.

 

Q. 해원중학교, 인천여고 등 여러 학교의 곳곳에서 촬영했습니다.

A. 감독님이 원하는 분위기가 한 학교에서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디는 교실 분위기가 좋은데 운동장은 별로고, 그래서 다른 학교에 가봤더니 여기는 다른 건 별론데 세면장이 좋고.정확하게 한 학교에서 원하는 모든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여기서는 교실과 복도를 찍고, 여기서는 운동장, 여기는 화장실 이런 식으로 찢어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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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외에도 인천에서 많은 부분을 촬영하셨죠?

A. 공주가 이사온 선생님의 가정집이 인천의 숭의동에 있는 가정집입니다. 실제 영화 <써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죠. 마당이나 입구에 옛날 중산층 느낌이 남아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공간구조가 좋아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없어졌다고 하니 아쉽네요. 그 외에 전학와서 다니는 학교도 인천이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장면도 인천이죠. 인천에서 대략 30회차 정도 찍었다고 기억합니다. 한번 인천에 갈 때 한번 24시간 촬영을 하고 다음날은 쉬고 이런 스케줄로 진행했습니다. 아침에 시작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끝나니까 택시비도 안들었죠(웃음).

 

Q. 공주가 상상하는 장면은 배다리 보행터널에서 촬영했습니다. 후에 영화 <인랑>팀이 같은 장소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터널을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A. 감독님이 생각했던 이미지와 거의 흡사했습니다. 시나리오에는 터널이나 도로가 아니라 길을 걸어가다가 상상 속에서 얘기를 듣는다.’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었어요. 너무 밝지 않고, 보행 동선이 길고, 빛과 어둠도 길게 늘어질 수 있는 어떤 길. 그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다만 차가 너무 많이 다녀서 소리 때문에 새벽 4~5시에 촬영하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Q.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 있으세요?

A. 친구가 자살하는 장면과 다리에서 발견되는 장면입니다. 장소는 고양시인데, 하루만에 찍어야 했던 데다가 반드시 새벽시간대에 촬영을 해야 해서 힘들었습니다. 다리에 조명을 설치했는데 점점 날이 밝다보니 조명도 효과가 없어지고이래저래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촬영을 먼저 하고 푸르스름한 느낌으로 색보정을 해볼까도 했는데 안되겠더라고요. 해가 뜨면 태양광이 인물에 비춰지니까 보정을 해도 어색한 느낌이 남습니다. 그나마 날이 좀 흐리기라도 했으면 어떻게든 후반작업으로 살려봤을 텐데, 그 날은 유독 맑았던 터라(웃음). 결국 새벽이라기보다는 아침이 다 되어서야 겨우 찍었습니다. 시나리오 상 그 장면은 집에서 뛰어 나와 다리에 가는 장면까지 롱테이크였는데, 어쩔 수 없이 끊어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유일하게 콘티대로 안된 장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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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예산영화라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촬영장비에 대한 예산이 부족했습니다. 학교에서 촬영을 할 때 조명을 많이 쓸 수가 없어서 각 교실에 해가 들어오는 시간과 위치, 복도에 해가 들어오는 시간과 위치 등을 다 긴밀하게 사전에 체크했어요. 교실에서 촬영하다가 빛 들어올 시간됐다.’ 하면 가서 복도 찍고 다시 교실로 돌아오고. 상업영화라면 조명을 이용해서 빛을 만들면 되지만, 저예산 영화라서 자연이 만들어준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습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저예산영화의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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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수영장의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엔딩 장면으로 이어지는 장소이기도 하죠.

A. 수영장은 4~5번 헌팅을 돌면서 결정한 장소입니다. 공주는 친구가 물에 빠져 죽은 후, 언젠가는 자신도 똑같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공주는 수영장에서 25m의 레인을 헤엄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죠. 엔딩은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수진 감독님은 희망을 주고 싶어서 열린 결말로 끝내셨죠. 물에 빠졌지만 그래도 열심히 수영을 했으니 살지 않았을까' 이렇게. 저는 개인적으로 공주가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 '트라이보울'  




Q. <한공주>를 촬영할 때 인천에서 꼬박 하루를 촬영하고 다음날은 바로 돌아가 쉬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천에 오는 촬영팀은 그런 당일치기가 많은 것 같아요.

A. 아직까지는 서울의 대안공간 이미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 촬영은 한 번 내려가면 오래 있으니까 쉬는 날에 관광도 하면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죠. 군산이라고 하면 적산가옥도 한 번 보고오고. 그런 정보를 다음 촬영에 반영하고요. 그런데 인천은 서울과 가깝다보니 당일치기 촬영이 많아 오히려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적습니다. 도심뷰를 찍을 때는 송도, 도로나 레이싱 장면은 영종도그 외에는 월미도와 차이나타운 같은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다들 머릿속으로는 인천을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인천에서 숙박을 하면서까지 볼 시간이나 계기가 없으니까 그런 부분이 좀 아쉽네요.

 

 

Q. 이번 특별편을 맡으면서 후보지를 놓고 많은 고민이 있으셨다고요?

A. 마침 <대장 김창수>가 끝난 뒤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인천에 남아 있는 적산가옥의 이미지, 그리고 일제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과거 일본식 건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헌팅때 인천의 58은행, 18은행, 제물포구락부 등을 가봤어요. 그런데 한 각도에서의 이미지는 살아있지만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기에는 조금 어려워보이더라고요. 내부까지 그대로 보존이 되어있으면 좋았을텐데, 막상 가보니 박물관이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와 달랐습니다. 거리나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서 그 시대의 멋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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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민 끝에 트라이보울이 최종 촬영지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트라이보울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어디인가요?

A. 반원형의 원형극장이 제일 눈에 띄었습니다. 반원형으로 객석이 놓여있고 관객들이 무대와 더 가까이, 다양한 각도로 소통할 수 있게 지어진 부분이었죠.

 

Q. 반면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요?

A. 트라이보울을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3개의 보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빛이 들어오는 곳이 어딘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보니 실제 공간은 목적에 맞게 나누어져 있고 빛도 아예 차단되어 있더라고요. 외부의 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다보니 공간을 구성하는데 좀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Q.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이 촬영감독님들에게 새로운 도전인 것 같습니다.

A.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감독을 만나 작업을 풀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촬영감독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은 어떤 컨셉으로 어떤 영상을 만들지, 기획부터 연출까지 스스로 해야해서 생소했습니다. 동시에 공간을 보고 아이디어를 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부분은 안해본 작업이기에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홍재식의 마이앨범


Q. 촬영감독님들은 평소에 어떤 걸 찍는가 궁금합니다. 김우형 감독님의 스마트폰 앨범에는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나 빛의 모양을 담은 사진이 많더라고요.

A. 앨범의 80%는 촬영 앵글을 확인하려고 찍은 현장 사진입니다. 아니면 우리 아이들 사진이나 음식 사진 정도. 여행도 잘 안다니는 편이라 여행지 사진도 없습니다. 그러면 대체 내가 심심해서 찍은 사진은 뭐가 있을까 보니 한강에서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노을빛이 예뻐서 찍은 사진입니다. 새삼 앨범을 되짚어보니, 제가 하늘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Q. 만약 본인이 스냅사진 작가라면 원도심하고 신도심 중에 어떤 곳을 선호할까요?

A. 둘 중에는 원도심이 좋습니다. 세월이 주는 질감이나 흔적이 좋아요. 레트로 감성까지는 아니지만, 저는 너무 쨍하고 명확한 이미지에는 별로 흥미를 못 느낍니다. 어떤 대상을 보고 , 얘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게 좋습니다.

 

Q. 원도심이 사진으로는 많은 영감을 주지만, 영상으로는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A. 길이 좁아서 공간 규모도 잘 안나오고,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 많다보니 장소 섭외를 하는 데도 어려울 때가 많죠. 곧 들어가는 차기작에도 원도심같은 장소에서 골목을 달리며 카체이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적당한 곳이 있을지 고민중입니다.

 

 

촬영감독이 말하는 현장


Q. 촬영감독은 공간을 처음 볼 때 어떤걸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A. 사람마다 다르긴 합니다. 동선을 먼저 보는 경우도 있는데, 저같은 경우는 찍어야 되는 장면에 해가 들어오는 시간을 먼저 따집니다. 아무래도 한공주할 때 생긴 버릇인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그 공간에 제일 좋은 빛이 들어올 때 찍고 싶어서 이 장면을 이 구도로 찍을 거면 몇시에 와야겠다.’ 이런 생각을 먼저 합니다.


Q. 짧은 시간에 빨리 찍어야 하는 제작환경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두시간 전에 일찍 가서 세팅하는 여유가 있으면 좋을텐데요.

A. 일반 상업시설을 찍을 때는 예산이 많으면 가능하죠. 관공서는 촬영 때문에 실제 업무 공간을 하루 종일 빌릴 수 없으니, 구조적으로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실제 소방관이나 경찰분들이 촬영 현장에 나와 장소 통제를 해야 할 때는 더욱 여유롭게 촬영하기가 힘듭니다. 예전에 잠깐 미국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곳은 은퇴한 경찰들한테 도로통제를 맡기더라고요. 시에서 은퇴경찰들한테 촬영 당일만 경찰 권한을 주는겁니다. 제작팀은 그분들을 고용해서 여유있게 촬영할 수 있고, 시에서는 고용이 늘어나죠. 경찰 입장에서는 현직 경찰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은퇴하고 소소한 일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이렇게 안정적인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제작진들을 만나서 로케이션을 소개하다보면 촬영감독하고 미술감독은 고려하는 포인트가 많이 다릅니다.

A. 미술감독은 디테일한 내용을 더 많이 보죠. 촬영감독이 거기까지 안 찍을거예요.’ 하면 미술감독이 그래놓고 나중에 찍으실 거잖아요.’ 하면서 화면에 안보이는 부분도 다 챙깁니다(웃음). 예를 들어 배우가 방 안에 들어와 앉아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감독님은 스토리 상 배우의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고려합니다. 반면에 저는 어디 앉아야 빛이 얼굴에 들어오는지, 투샷일 때는 어느 각도로 찍어야할지를 생각하죠. 감독은 드라마에 맞추고, 촬영감독은 이미지에 맞추고…미술감독은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니 전부 세팅해야해!' 이런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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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아까 잠깐 언급했던 차기작이 5월 초에 촬영을 들어갑니다. 아마 4개월 정도 촬영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후에는 <한공주>같은 영화를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작지만 누군가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담은 그런 작품이요. <문라이트><오스카그랜트의 어떤 하루> 같은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각각의 컷을 만족스러울 때까지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유롭게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작품이면 더욱 좋겠네요.


 

지금까지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 인천 특별판 트라이보울을 연출한 홍재식 촬영감독과의 대담이었습니다. 촬영감독의 입장에서 듣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항상 새로운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 역시 영화 <한공주>의 다양한 명장면들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홍재식 촬영감독은 촬영감독의 입장에서 인천은 어떤 도시인가에 대해 아주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풀어주셨습니다. 인천이 보다 오래 머무르고 싶은 도시, 계속해서 새로운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매력적인 로케이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귀를 활짝 열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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