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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6 IFC Editorial] 게으른 겨울 되세요!

인천영상위원회 2018-11-27 조회수   180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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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겨울 되세요!

 

지난해에 이어 올겨울도 추위가 매서울 거라 하더니, 역시 때 이른 맹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북극한파라 합니다. ‘어느덧 가을이 가나했더니, 길가에 나뒹구는 낙엽 말고는 가을의 흔적 한 움큼도 찾을 수 없이 온통 겨울입니다.

 

겨울은, 모든 생명이 이고 업고 쥔 것들을 내려놓고서 생의 한 주기를 정리하며 호흡을 길게 가다듬는 시간입니다. 이 차가운 시련을 잘 넘기는 것뿐만 아니라 숨 가쁘게 지내온 한 해를 잘 정리해야만, 다시 올 한해살이를 잘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멈춰 서거나 드러눕거나 해야 합니다. 김장독을 가득 채우고,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신년 다이어리를 장만해 계획을 잡는 따위의 일을 하며 여전히 바삐들 움직이지만, 아서라, 겨울은 게으름의 계절입니다. 겨울엔 조용하고 느려야 합니다. 말하자면 아랫목의 시절인 셈이죠.

 

아랫목은 게으름의 온상입니다. 뜨끈뜨끈 달아오른 아랫목에 엉덩이며 등이며 밀어 넣고 한껏 나른함에 빠지는 것은 세상 달콤한 일입니다. 그 달콤함에 빠지고 나면, 고드름이 작대기처럼 매달린 바깥세상 행차에는 그저 눈 질끈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런 게으름 없이 어찌 다시 한해살이를 위한 에너지를 쟁여놓을 수 있을까요? 농부는 아랫목에 허리를 지지며 농사로 피곤했던 근육을 풉니다. 도시 노동자들에겐 대신 찜질방이 있습니다. 좀 더 호사를 부리자면 온천도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나른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면 좋습니다.

 

이야기인즉슨 겨울은 충분히 게을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해 농사의 풍흉을 뒤로하고 일단은 게으름을 피워봅시다. 나무들이 여름내 들이켠 숨을 땅속 뿌리를 통해 천천히 내뿜으며 겨울을 나듯, 그 시간 동안 잔뿌리 하나하나에 온기를 불어넣듯, 아랫목에 등을 바짝 대고 누워 옆구리에 지방을 쌓아갑시다. 그리운 사람과 다정히 누워 게으름을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거기에 뜨끈한 라면 한 냄비나 고구마 한 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인천영상위원회 사무실 건물에는 조그만 화단이 딸려있습니다. 날 따스운 계절 동안 장미며, 국화, 튤립, 백일홍 등이 자라 지나는 사람들 눈을 즐겁게 해 줬더랍니다. 겨울이 오고 나서 그 화단에 짚 거적을 넉넉히 덮어주었습니다. 수고한 초목들에 나름의 아랫목을 만들어주고 나니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겨울이 왔음을 비로소 실감합니다.

 

풀과 나무들이 이불 덮고 안온하게 겨울을 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건물 안쪽에서 바삐 살았던 사람들도 자기들만의 아랫목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겨울 행복한 게으름에 빠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충분히 편하고 게으른 겨울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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